수련회에서 키운 희망

올해로 10회째를 맞이하는 유나이티드 워십(United Worship) 수련회가 지난주 브라운 대학(John Brown University)에서 열렸다. 수원에 위치한 원천침례교회김요셉 목사님이 강사로 섬겼고, 샌안토니오(San Antonio), 달라스(Dallas), 털사(Tulsa), 캔자스시티(Kansas City) 등 여러 곳의 한인교회 청소년, 사역자, 봉사자들이 3박 4일간의 일정을 함께 알차게 보냈다. 올해 수련회 주제는 ‘참 믿음(True Faith)’였고, 히브리서 11:23-27 말씀을 통해 모세의 믿음과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한국인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자란 김요셉 목사님은 자신이 한국에서 거쳐야만 했던 정체성 싸움을 학생들과 첫날 저녁에 나누었고 그리스도 안에서의 믿음이 세상과 자신을 바라보는 눈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대해 이야기했다. 거의 모든 학생이 집과 학교에서 경험하고 있거나 경험했던 정체성 싸움에 대한 이야기였기에 피곤한 몸이었지만 빛나는 눈빛으로 경청하던 학생들의 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김요셉 목사님은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며 세상의 눈으로, 다른 사람의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지 말고 오직 우리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하나님의 눈으로 바라볼 것(히 11:23)을 학생들에게 당부하였고 그들을 위해 기도해주었다.

둘째 날 저녁에는 우리가 일상에서 늘 하고 있는 선택과 결정에 대해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세상은 더 많은 선택의 기회를 사람들에게 제공하고 그 선택들을 통해 사람들이 행복해질 것이라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것이 성경(히 11:24-26)과는 얼마나 다른 이야기인지 돌아보았다. 역설적으로 한 사람이 예수 그리스도를 따를 때 그 사람이 할 수 있는 삶의 선택은 극히 제한적이지만 이로 인해 얼마나 큰 행복과 평안을 얻는지 학생들은 다시 한번 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마지막 날 저녁에는 인내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모세가 믿음의 눈을 통해 애굽의 왕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것처럼(히 11:27), 우리 또한 믿음으로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음을 김요셉 목사님은 강조하였다. 믿음은 단기간의 여정이 아닌 인생의 여정이기에 우리가 하나님의 거룩함을 좇는 것이 세상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됨을 기억하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저녁 예배가 끝나고 원하는 학생들이 수련회에서 받은 은혜를 모두와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가졌는데, 나누고자 했던 학생들이 계속 줄을 이어 한 시간이 넘도록 같이 웃고 울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학생들에게 큰 도움을 주었던 매 저녁 강의도 좋았지만, 학생들이 전날 저녁 들었던 말씀을 토대로 서로의 삶을 나누고 서로 격려했던 오전 시간이 참 좋았다. 김요셉 목사님은 그 토론 시간을 직접 인도하며 학생들이 각자의 눈높이에서 말씀을 적용할 수 있도록 도왔다. 여러 교회에서 왔기에 어색할 수도 있었으나 학생들은 이 시간을 통해 금세 친분을 쌓았고 예수님의 이름으로 우리가 어떻게 하나가 되는지 이들이 조금이나마 경험한 것 같아 감사했다. 수련회 기간 동안 모든 스마트폰을 소그룹 리더가 수거하였는데, 학생들이 처음에는 스마트폰이 없는 것을 어색해했던 것 같기도 했지만 나중에는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활짝 웃고 함께 하나님의 말씀을 나누는 모습을 보여주어 필자도 참으로 기뻤다.

수련회가 끝날 때쯤 한 남학생에게 수련회가 어땠는지 물어보았는데, 이 학생은 이번 수련회가 자신의 영혼을 깨끗하게(“soul cleansing”) 해준 시간이었다고 미소와 함께 답해주었다. 거짓 정보와 물질적 가치가 팽배한 이 세상에서 잠시나마 하나님의 말씀에만 집중하고 예수님 안에서 다른 이들과 교제했던 경험이 이들에게 큰 위로가 되었음이 감사했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이 학생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이러한 시간을 가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돌아보게 되었다.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 아침 시간에 우리는 성찬식을 가졌다. 헤어지는 것은 아쉬웠지만, 우리가 예수님 앞에서 하나임을 돌아보고 십자가를 통해 얻은 새 생명에 대해 감사해하며 이 삶을 하나님께 드리기로 한 고백이 그 아쉬움을 덜하게 했다. 미래의 주인공인 학생들이 손을 잡고 서로를 위해 기도하는 모습, 자신의 휴가를 써가며 기쁨으로 섬겼던 봉사자들의 모습, 그리고 섬기는 지역교회는 다르지만 한 마음으로 지난 몇 달 동안 수련회를 준비한 사역자들의 모습을 보며 미래에 대한 희망을 키울 수 있었던 3박 4일이었다.

2019년 8월 3일 미주 중앙일보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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