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직업 환경

올여름, 16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美 아틀랜틱(The Atlantic)지에서 흥미로운 내용을 다뤘다. 美 해군이 2000년대부터 추진해온 전투함 근무 인원 감축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이제 그 노력이 현재 해군에 복무하는 군인들의 직업 환경을 어떻게 바꿔놓았는지에 대한 내용이었다. 아틀랜틱은 한 연안전투함(Littoral Combat Ship, 이하 전투함)을 예로 들었는데, 해군이 창설된 이후 최근까지는 전투함에서 한 명의 군인이 한 가지의 일에 전문가가 되어 그 일만 계속하며 근무를 하였지만 이제는 기술의 발전으로 한 명이 여러 가지 일을 돌아가며 하는 환경으로 바뀌고 있음을 언급하였다. 한 명의 군인을 훈련시키고 장기 복무하게 하는 것이 해군에게도 큰 비용이기 때문에, 美 국방부와 의회도 군의 이러한 노력에 깊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이렇게 군 복무 환경이 변하고 있기에 각 군에서도 인사와 관련하여 다양한 연구와 실험을 하고 있음을 아틀랜틱은 언급하였다. 한 가지 예로 美 육군사관학교 생도와 졸업생을 대상으로 리더십 역량에 대한 연구를 한 결과가 있었는데, SAT 점수나 고등학교 성적은 사관학교 같은 안정된 환경에서의 리더십 역량과 상관관계가 있음이 발견되었다. 하지만  임관 후 장교들이 경험하는 변화무쌍한 전투 현장과 같은 환경에서는 이러한 상관관계는 성립되지 않고, 고등학교 성적보다는 유연한 사고와 함께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대담함과 자신감이 리더십 역량과 관계있음이 밝혀졌다.

위에서 언급한 군의 노력이나 연구 결과는 현재 민간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와도 일맥상통하다. 딜로이트(Deloitte) 컨설팅에서는 10년 후 정도면 70에서 90퍼센트 정도의 노동인력이 특정한 한 가지의 전문적인 일보다는 기존에 여러 사람이 담당했던 역할들을 함께 맡는 일에 종사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기술의 발전과 사회의 변화로 평생 한 가지의 일만 하는 노동인구는 앞으로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또한, 이러할 경우, 업계에서도 단순히 성적으로만 필요한 사람들을 채용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역할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을 찾을 확률이 더 높을 것이다.

그렇다면 미래를 준비하는 학생이나 학교는 이러한 변화를 앞두고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일까? 우선 학생은 유연한 사고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평생 직업이라는 개념은 이미 없어지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지식과 함께 새로운 시도와 실패를 경험하며 자신의 역량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여러 가지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과 협업할 수 있는 능력이 필수이기에 자신과 다른 생각이나 문화를 가진 사람들을 늘 접하며 그들을 이해하고 이끌 수 있는 능력도 키워야 할 것이다. 물론, 학생 스스로 이러한 경험을 스스로 쌓는 것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학교가 학생들의 도전을 장려하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한 가지 예로, 공대 교수인 필자는 경영학과와 시각디자인학과의 교수와 협력하여 세 개의 전공학과의 학생들이 함께 듣는 수업을 2년 전부터 공동으로 가르치고 있다. 전공이 다른 학생들이 팀을 이루어 특정 제품에 대한 시장을 조사하고 제품 디자인을 한 후 시제품을 설계, 제작하는 수업이다. 또한 학기 마지막 발표에는 산업계 전문가들을 초청해 학생들이 시제품에 대해 조언을 받는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의사소통과 협업이 얼마나 어려운지 경험하게 되고, 이를 통해 여러 분야의 사람들과 협력하고 그 안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우리의 믿음이 우리의 직업과 어떻게 통합되는지 그리고 어떻게 직장에서 하나님을 더 드러낼 수 있는지 학생들이 돌아보고 연습할 수 있게 돕는 것도 교수들이 가장 중요시 여기는 것 중의 하나이다.

직업 환경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이 시대에서 다음 세대가 빛과 소금으로 하나님 나라를 이 세상에게 보일 수 있는 기회는 앞으로 더 많아지리라 믿는다. 더 다양하고 더 많은 사람들과 협력해야만 하는 이 시대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겸손을 가진 사람은 더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초대교회에서 더불어 다양한 부류의 기독교인들이 널리 흩어져 복음이 전해진 것처럼 하나님을 사랑하는 청년들이 더욱 훈련되고 준비되어 그리스도의 사랑을 널리 전하는 것을 기대하는 바이다.

2019년 9월 7일 미주 중앙일보 칼럼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