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의 보물, MK

지난겨울, 에티오피아를 방문한 후, 이웃 국가인 케냐로 향했다. 케냐를 방문하는 가장 큰 목적은 세워진지 100년이 넘은 리프트 밸리 아카데미(Rift Valley Academy, 이하 RVA)를 방문하기 위함이었다. RVA는 1906년 선교사 자녀(missionary kid, 이하 MK)들을 교육하기 위해 세워진 학교이다. 한 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RVA는 수많은 MK들을 돌보고 교육하며 이들이 세상에서 빛과 소금으로 쓰이도록 정성을 다해왔고, 아프리카로 파송된 많은 선교사 가정이 이곳에 자녀들을 보내기 때문에 RVA는 세계의 수많은 교회가 기억하고 기도로 후원하는 학교가 되었다.

RVA가 특별했던 또 하나의 이유는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존 브라운 대학(John Brown University, 이하 JBU)과의 인연이다. RVA의 현 교장선생님 부부는 몇 해 전 JBU에서 안식년을 가졌고 JBU 졸업생의 학부모이기도 하다. 그리고 몇몇의 JBU 졸업생이 RVA로 파송되어 선생님으로 섬기고 있고, RVA 졸업생 가운데 JBU에서 교수로 섬기는 졸업생도 있다. 마지막으로 현재 스무 명이 넘는 RVA 졸업생이 JBU에서 수학하고 있기에 RVA는 필자에게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

아프리카에 세워진 사립학교이자 기숙학교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등록금이 매우 높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RVA 등록금은 다른 사립학교에 비해 매우 저렴한 편이다. 이는 RVA로 파송된 모든 선생님들이 학교에서 월급을 받지 않고 파송교회와 여러 성도의 재정적 후원으로 생활하기 때문이다. 선생님이 하나님의 말씀과 예수님의 사랑으로 교육하는 곳에서 아이들이 자라는 것은 큰 축복이기에, RVA는 아프리카의 많은 선교사 가정에게 큰 보배와 같은 존재이다.

3일 간 학교에서 머물며 여러 학생과 선생님을 만나고 교제하며 귀한 시간을 보냈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귀했던 시간은 한국에서 파송된 김창훈, 김경희 선교사님 가정과 교제했던 시간이었다. RVA에는 약 500 명 정도의 학생이 있는데, 그중의 20% 정도가 한국 아이들이다. 아프리카에서 태어난 아이들부터 몇 주전에 한국에서 아프리카로 이사 온 아이들까지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한국 학생들이 있기에 RVA가 이들을 섬길 한인 선생님을 찾고 있다는 소식은 늘 들었었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에서 온 선생님 부부를 만나 참으로 기쁘고 감사했다.

해외에서 자란 한국 MK들은 한국 교회에게 큰 보물이다. 이들은 타문화 가운데 자라며 이중, 삼중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으며 언어뿐 아니라 문화를 뛰어넘는 소통을 할 수 있는 인재들이다. 나이가 들어 이러한 의사소통 능력을 키우는 것은 한계가 있기에, 이 아이들은 한국 교회뿐만 아니라 한국에게도 귀한 자산이다. 물론 이들에게 어려운 점도 있다. 아이들이 미국식 교육을 받으며 한국인 부모와는 다른 사고방식을 가지는 경우가 흔하기에 아이들이 부모를 대하는 것을 어려워하기도 한다. 또한 남학생들은 한국의 문화가 전혀 익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병역의 의무가 있고, 미국식 교육으로 자랐기에 미국에서의 생활이 한국보다 더 편할 수도 있으나 신분 문제로 인해 성인으로 미국에서 거주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이러한 이유로 한국인 부모 및 MK들과 소통할 수 있는 한인 선생님을 RVA는 늘 더 원했던 것이다. 김창훈, 김경희 선교사님 부부는 2018년도에 이곳으로 파송되어 아이들에게 한국어, 한국 역사 등을 가르치며 이들이 한국에 대해 더 잘 알고 하나님과의 깊은 관계를 통해 영적으로 더 성숙해질 수 있도록 돕고 있었다. 필자도 식사와 수업 시간에 한국과 미국에서 자란 경험을 잠깐이나마 나누며 아이들이 어디서 사는지와는 상관없이 하나님께서 함께하심을 기억하기를 권면하며 격려해주었다.

케냐를 떠나며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라고 말한 대우의 김우중 전 회장의 말을 떠올려 봤다. 물론 이 말은 기업 경영의 맥락에서 한 말이지만, 하나님을 섬기는 다음 세대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여러 문화를 경험한 MK나 해외에서 한인 2세, 3세로 자라난 세대는 인종과 문화를 뛰어넘을 수 있는 의사소통의 능력이 있는 한국, 한인 교회의 보물이다. 이들이 한국 문화를 알되, 한국 문화로 인해 생각이 제한되지 않고 전 세계를 무대로 하나님을 섬길 수 있도록 어른들은 계속 돕고 후원해주어야 할 것이다. 또한 RVA뿐만 아니라 세계 수많은 곳에 세워진 기독교 학교에 한인 선생님들이 지속적으로 파송되어 이들이 선교지에서 신실하게 하나님을 섬기고 있는 선교사 가정들에게 큰 축복이 되기를 소망하며 기도하는 바이다.

2020년 3월 7일 미주 중앙일보 칼럼

RVA 전경
RVA의 김창훈, 김경희 선교사님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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