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교 100주년을 맞이하며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존 브라운 대학(John Brown University, 이하 JBU)이 지난주 개교 100주년을 맞이하였다. 1919년 아칸소 주 옥수수 밭에서 시작한 이 학교는 이제 40여 개 주 50여 개 나라에서 온 학생들로 이루어진 곳으로 변모했다. 어떻게 보면 100년이라는 시간은 참 길고도 짧은 시간이기도 하다. 수 천년의 세계사와 비교할 때 100년의 시간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이지만 인간의 제한된 인생에 빗대면 100년은 무척이나 긴 시간이다.

학교의 여러 10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며 지난 한 세기 동안 학교를 섬겼던 다양한 사람들에 대해 더 알게 되었다. 특히나 7, 80대의 동문이 대학 은사가 그동안 그들의 인생에 미친 영향에 대해 나누었을 때, 하나님께서 한 명 한 명의 섬김을 지금까지 어떻게 쓰셨는지 돌아볼 수 있어 감사했다. 아마도 당시 섬겼던 이들은 그 섬김이 어떠한 열매를 맺게 될 것인지 몰랐을 테지만 하나님께서 그 섬김을 하나님의 뜻대로 쓰실 것이라는 소망과 믿음을 가지고 섬겼으리라 믿는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우리는 인생의 의미에 대해 돌아보고 우리가 과연 어떤 열매를 맺었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자서전이 출판되고, 젊은 이들은 이를 통해 앞선 세대의 경험을 간접적으로 공유하며 그들 나름대로 인생의 의미를 찾고 열매를 맺으려는 노력을 한다. 이 노력은 믿는 자나 믿지 않는 자나 모든 사람이 공유하는 노력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가 알다시피 하나님이 함께 하지 않은 열매는 무척이나 제한적이다. 부와 명예, 자녀의 세상적 성공, 건강 등 세상에서 강조하는 가치는 참으로 많지만 이 모든 가치는 영원하지 않고 모두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없어지는 것들이다. 많은 사람들이 은퇴 후 우울증을 겪는 것도 이런 이유 중 하나임을 우리는 언론을 통해 접한다. 믿는 자들도 이러한 어려움에 처할 수 있기에 각 개인은 그가 어떠한 목표로 가지고 살아가는지 늘 돌아볼 필요가 있다.

마태복음에서 한 율법사가 예수님에게 가장 큰 계명이 무엇인지 물어보는 장면이 나온다. “선생님 율법 중에서 어느 계명이 크니이까 예수께서 이르시되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라 하셨으니 이것이 크고 첫째 되는 계명이요 둘째도 그와 같으니 네 이웃을 네 자신 같이 사랑하라 하셨으니 (마 22:36-39).” 예수님이 이야기한 것처럼 믿는 자는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데에 중심을 잡고 섬김의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다.

기독교 대학 또한 학생들이 하나님과 이웃을 더욱 사랑하고 그것을 연습할 수 있도록 전인격적인 교육을 하고 있다. 졸업생들이 경영, 공학, 의료, 미술 등 어떤 분야에서 일을 하더라도 그들이 그 자리에서 하나님을 예배하고 섬길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그들이 세상과는 다른 도덕적 기준을 가지고 다른 이들을 예수님의 사랑으로 대하여 하나님의 이름이 드러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기독교 교육의 목표이자 열매이다.

100주년을 기념하여 학교는 40여 년 전에 설치되었던 타임캡슐을 개봉했다. 흥미롭게도 현 JBU 교직원들 중에 이 타임캡슐을 설치하는 행사에 학생으로 참여했던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50년 후인 2069년에 개봉할 새로운 타임캡슐을 현 학생들이 설치하는 행사도 이어서 진행되었다. 먼 훗날이기에, 지금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 중 그때까지 가르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 교수들 중에 40여 년 전 타임캡슐을 설치했던 행사에 참여했던 사람이 있었던 것처럼, 오늘의 학생들이 곧 바통을 이어받아 미래의 교육자로 설 것을 의심치 않는다. 또한 JBU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널리 퍼져있는 기독교 학교들을 통해 다음 세대의 일꾼들이 계속 준비되고 그로 인해 복음이 더욱 전파되기를 소망하는 바이다.

2019년 10월 5일 미주 중앙일보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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