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따라 강남 간다”

자신이 속해 있는 문화가 어떤 문화인지 아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한 가지 효과적인 방법은 그 문화에서 벗어나 다른 문화를 체험하고 우리가 그동안 속해있던 문화가 어떠한 특성을 가지고 있었는지 돌아보고 깨닫는 것이다. 한국인이 한국을 떠나 다른 나라에서 생활을 해볼 때 한국의 특성을 더 잘 이해하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최근에 졸업한 지 3년 정도 된 제자를 만나 이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학부를 마치고 美 동부에 있는 대학의 박사과정에 진학한 제자였는데, 새로운 곳의 생활이 어떠한지 물어보았을 때 이 제자는 사람들이 대체적으로 덜 웃고 덜 친절하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이야기를 들으며 한 가지 흥미로웠던 것은 이 제자 또한 대학에서 처음 만났을 때 그렇게 웃고 친절한 사람이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대학 공동체의 문화를 통해 그리스도인이 가진 기쁨과 친절을 체험하며 그 문화가 이제는 자신의 것으로 되어버린 것이다.

공동체의 힘은 특별하다.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기에 공동체가 중요한 면도 있지만, 공동체가 가지고 있는 문화가 그 문화에 속해 있는 개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하나님도 죄가 이스라엘의 진영에서 퍼지는 것을 극도로 경계했던 것이다. 이는 한 명 한 명의 개인이 죄를 짓는 것도 죄이지만, 공동체가 함께 죄를 지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반대로 한 개인이 개인적으로 거룩함을 좇을 수도 있지만, 공동체가 함께 하나님의 거룩함을 좇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많은 고등학생과 학부모가 진학할 대학을 알아볼 때 그 대학이 가진 명성, 교육 환경, 교육 철학 등을 자세히 알아본다. 이러한 것들은 아주 중요한 것이기에 자세히 조사해보는 것은 아주 타당한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사람들이 간과하는 것이 있다. 바로 각 대학의 문화이다. 이 문화는 각 대학이 어떠한 교육 환경을 추구하는지에 따라 나오는 결과물 중의 하나로 그 대학에 속해 있는 학생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대학 스포츠가 가장 중요시되는 문화도 우리는 쉽게 발견할 수 있고 졸업생의 연봉을 가장 중요시 여기는 대학 문화도 우리는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이러한 문화가 성경이 제시하는 가치, 즉 하나님을 사랑하고 내 이웃을 사랑하는 것(마 22:35-40)과는 전혀 다른 것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렇게 성경과 동떨어진 문화가 4년도 넘게 강조될 때 많은 대학생들이 자신도 모르게 그 문화에 익숙해졌음을 우리는 목격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제자가 필자에게 특별한 이유가 한 가지 있는데 이는 이 제자가 대학에서 믿음을 찾고 예수님을 따르기로 작정한 제자이기 때문이다. 기독교 가정에서 자랐지만 믿음이 없었던 이 제자를 위해 많은 교직원과 친구가 기도를 하고 복음도 전하였지만 수년간 큰 변화는 없었었다. 하지만 대학을 졸업하기 1년 전쯤에 마음이 열어졌고 예수 그리스도를 구원자로 영접하는 하나님의 역사가 있었다. 그리고 이 제자가 대학을 졸업하기 직전 필자에게 고백했던 내용은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이 제자가 했던 말은 이 대학에 “하나님을 진짜 믿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한 사람들을 만나지 못하다가 공동체 내에서 하나님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로 인해 하나님을 경험한 이 제자의 고백이 필자에게 큰 위로가 되었음은 물론이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라는 우리의 속담은 보통 부정적으로도 쓰이지만 긍정적으로 쓰이기도 한다. 필자는 대학 진학을 앞둔 학생들과 그 학부모가 여러 대학을 미리 방문해보는 것을 적극 추천한다. 전공도 중요하고 전공과 관련된 여러 가지 기회도 중요하겠지만 대학을 방문할 때 그 대학의 문화를 꼭 확인해보기를 추천하는 바이다. 그 문화가 한 생명을 바른 길로 혹은 바르지 않은 길로 인도할 수도 있기에 우리는 우리의 자녀가 하나님의 말씀을 중요시 여기는 문화 안에 있는지 늘 확인하고 그렇지 않을 때에는 이들이 하나님과 멀어지지 않도록 기도하며 도와주어야 할 것이다. 필자가 기대하는 바는 이들이 장차 사회에 나가서 그들이 속한 곳에서 성경적 가치가 존중되는 문화를 만들고 이끄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믿지 않는 자들이 그 문화 속에서 하나님을 발견하고 하나님께로 돌아오기를 간절히 소망하고 기도하는 바이다.

2019년 11월 2일 미주 중앙일보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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